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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요약, 저자, 감상

by tistorybella 2025. 4. 8.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1.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요약

이 책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을 읽는 내내 지은이 이재호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정말로 삼국유사를 걸은 느낌이다. 선덕여왕, 진평왕, 법흥왕, 진덕여왕, 진흥왕, 문무왕, 효성왕, 헌강왕, 경덕왕, 원성왕, 진지왕 미추왕 등 왕들의 이야기에서는 왕으로서의 고뇌와 인간적 행적이 나온다. 불교의 국가답게 의상대사, 선율스님, 이차돈, 월명사, 정수스님, 원효대사, 표훈대사, 충담사, 자장스님, 양지스님 등 많은 스님들의 행적과 그들이 거쳐 간 사찰의 이야기가 나온다. 의상을 사모한 선묘 낭자, 효녀 지은, 계집종 육면, 얼어 죽는 아기와 여인, 만고의 충신 박제상과 돌이 된 그의 아내, 호랑이 처녀, 효자 손순, 수로부인, 신충, 불국사와 석불사를 지은 김대성, 광덕과 엄장과 그들의 아내 등 고귀한 신분부터 미천한 민초들의 이야기까지도 전해진다. ‘사사성장(寺寺星張) 탑탑안행(塔塔雁行).’ 삼국유사의 이 한 구절이 절과 탑이 끝없이 이어진 서라벌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얼마나 탑과 절이 많았으면 절들은 하늘의 별처럼 늘어서 있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있다.”라고.” 해했을까. 이처럼 절과 탑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칼라 사진이 있어 더욱 좋다. 유물을 보는 각도, 방향, 시점이 중요하다 하신 이재호 선생님의 안내대로 보니 그리 말씀하신 이유를 알겠다. 특히나 109쪽의 위에서 내려다본 용정사지 3층 석탑은 그 위치와 모습이 절정으로, 그 탑이 놓인 벼랑이 원래 그 탑을 놓기 위해 만들어진 듯하고, 그곳에 저 탑이 없었다면 너무나 심심하고 이상했을 듯하다. 

2. 저자 이재호

나는 워낙에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때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때 책에 소개된 대로 경주 지역을 둘러보았다. 특히 석굴암의 과학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석양지는 저녁녘에 토함산에 올라, 운 좋게도 저녁 예불에 참석할 수 있었고, 본존불을 돌며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가까이에서 본존불을 본 적이 있다. 이 책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을 보면서 왠지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생각났는데, 역시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답사를 다녔다고 한다. 지은이 이재호 선생님은 기행전문가로 자연과 인간, 문화유산의 감동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1994년에 삶의 터전을 경주로 옮겼다. 고택 네 채를 경주로 옮겨 한옥 수오재(守吾齋)를 지었으며 유적지 보존 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의 꿈 리스트 중 하나가 한옥을 지어 곱게 한복을 입고 대청마루에서 책을 읽는 것인데, 이제호 선생님은 벌써 그러한 삶을 살고 계신 듯하여 몹시도 부러웠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의 필름이 떨어졌다는 문구가 나와 왜 필름 카메라를 썼지?’ 하고 이상해서 보니 초판 1쇄 발행일이 2009 1 9일이고, 2019 4 29일에 초판 6쇄가 발행되었다. 책에서 내내 자본주의적 개발 논리 때문에, 빈약한 안목 때문에 엣 정취를 잃고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우리 유적들의 보존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2009년에 초판이 나왔다니 2025년 지금은 얼마나 더 변했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 한편이 무겁다. 또 한편으로는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사라져 가는 유적지들을 사들여 가능하면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싶다는 먼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또 다른 발랄한 상상이라면 전주에는 한복대여업소가 많아서 한껏 한복을 차려입고 맵시를 뽐내는 도시가 되었다. 전주처럼 경주도 그렇게 형형색색 한껏 차려입고 맵시를 뽐내는 이들이 많아지면 더 활기찬 살아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복식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조언이 있다. 우리나라는 의식주라 하여 의를 항상 앞에 두었다. 옷도 건축과 마찬가지로 시대마다 바뀌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경주에서는 지금의 한복이 아니라 신라시대의 옷을 입어 보면 경주의 유적들과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3. 감상 

책 중에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치고 삼국유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은 사람 또한 드물다. 역사 전공자들은 원문 한번 독파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있고, 문과 출신들은 원문은커녕 번역한 책이라도 읽지 못했다는 중압감을 안고 있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학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복식사를 전공한 나에게 딱 해당되는 글이다. 늘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읽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마음 한편에 쌓여 있었는데, 다행히도 대학원에서 한국복식사를 전공한 덕에 옛 고전을 접할 기회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옛 서적들은 한자로 되어 있어 원문을 술술 읽어 내려가기란 쉽지 않다. 그저 한글 번역판을 보다가 내 학문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의 한자 원문을 찾아보았을 뿐이다. 언젠가 한자로 된 원서들을 읽고 그 속의 매력적인 한 인물을 찾아서 나만의 미실을, 대장금을 그려 보고 싶은 꿈이 있다. 아름다움의 극치라 하는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양식과 처마의 곡선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달달달 외워서 시험을 봤다. 그러나 실제로 보았을 때는 그냥 오래된 목조 건물이구나 싶어 머리로만 알고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는 그때보다는 나이도 들었고 아는 것도 많아졌다. 물가 위 언덕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정자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정자 안에 앉아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오래된 석탑은 그 균형과 조형미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긴 세월 비바람을 이겨내며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그 강인함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유물을 보는 안목을 가지고 싶었다.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내고 향유했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싶었으나 익숙하지 않아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서 라는 핑계로 그저 바람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은 이러한 바람을 조금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을 듯하다. 꽃 피는 봄날에 이 책 한 권 들고 여기에 소개된 장소들을 찾아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우리 가족과 친구와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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